경영전문가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중에는 세일즈 전략 25가지 방법이 소개되었다. 내용은 자사의 제품 파악 후 경쟁사의 존재를 인식하고 고객을 제대로 알라는 것. 그의 말은 시간이 지나도 변화지 않는 조언들이다. 톰 피터스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을 안다 함은 고객업체의 개개인을 안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포함해 합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얻어 내야 한다. 모든 문제에 대한 ’정보 수집 작업‘이 충분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고객에게 전화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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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k here to view.2000년 대 초반 톰 피터스는 이 책에서 세일즈 전략을 통해 고객정보에 대해서 알고 난 후 접근하라고 말했는데 2011년 이제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으로 인해 고객정보 수집은 그 어느때보다 수월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은 이전과 다르게 고객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필요도 없는 개인정보 수집을 착실히 하고 있다. 잠잠해질 만 하면 개인정보노출과 매매 등 ‘대형사고’가 터지기도 하지만 고객들도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정보수집과 가입절차 등 문제점을 점검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발전 속도 만큼 법률적 보완 속도가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고객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상대를 알 만큼 알았다.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고객을 향한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데,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최근 심리학 붐이 불기도 했지만 ‘설득의 심리학’은 2000년 초반 무렵 심리학 붐을 일으킨 책 중 하나. 두 번째 책을 시리즈로 낸 ‘설득의 심리학’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이 책을 통해서 설득을 위한 여섯가지 인간관계 법칙을 소개했다. 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이 그것이다. 상대를 나의 편으로 만들고, 나에게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소개, 많은 사람이 찾아 읽었다. 직장 상사 혹은 거래처 사람, 고객, 배우자,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지내면서 우리가 겪는 불편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불리한 처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전해 주었다.
고객 스스로 문제를 말하도록 하라
2011년, 이번에는 설득의 힘을 새롭게 구성한 독특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그래픽 이미지가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본문량도 기존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꺼낸 책보다 적은 70여 페이지 안쪽이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컴퓨터 그래픽의 ‘부장님’ 캐릭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브 그레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시각 자료로 표현해내는 이미지 컨설팅 그룹 XPLANE(xplane.com)의 창립자이며 이 회사는 그래픽과 이미지들을 활용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업 문제점을 보기 쉽게 풀어준다. Visual Thinking Company로서 이 책도 그 복잡한 고객의 설득의 과정을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해주는데 그 특징이 있다. 이 말 저 말 다른 사례라고 옮겨 놓은 것도 없다. 그의 주장과 생각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든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든 그의 글로 이 책이 씌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저자들이 쓴 책의 내용을 인용해 만들어진 책들이 많다.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글을 옮겨 기록하고 더 확대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책은 그 인용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고, 그 인용문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논하기도 하지만 그 바탕은 다른 저자에게 있는 듯 해 책의 출판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것이 없다. 번역상의 어투인지 원문 자체의 어투인지는 모르겠지만 명령조로 ‘실행’을 강조한다. 고객의 정보를 파악하기 전에는 전화조차 하지 말라는 톰 피터스의 말처럼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고객에게 접근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듯 하다. 간단 명료해 혼란스러울 일이 없다. 여섯 단계별 부장의 표정으로 이 책의 흐름을 이해하는 동안 옆에 붙은 텍스트는 보조 역할을 한다. 주객이 전도된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그래도 텍스트가 주는 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나를 제외한 누구나 나의 고객이다. 나 자신 역시도 누군가에는 고객이다. 나를 둘러싼 상대방과 원만하게 지낸다고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인간의 일이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자고 일어나면 변화하고 알던 사람도 모른 척하고 돌아서는 것이 이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명함 바뀌면 다시 명함을 돌리고, 명함이 사라지는 날에는 잘 알던 사람의 발길도 사라지고 인간관계도 끊어진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 나의 부장은 나의 상사도 되고 나의 동료도 될 수 있다. 나의 주변의 사람들을 어떻게 나의 편으로 만들고 그들로 해금 나의 일을 돕도록 할 수 있겠는가. 승진의 사다리로 만들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다. 운이 좋아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그 앞길을 막는 사람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문제다.
또 한쪽에서는 누가 있나. 나의 거래처 사람들이다. 회사가 갖고 있는 물건을 팔아야 하고 서비스를 소개하고 제휴관계를 맺어야 한다. 건수가 많아지고 늘어날수록 내 월급통장의 돈을 자랑스럽게 느낄 것이다. 그게 원활치 않다면 구인구직 사이트 뒤져보며 이력서 쓰는 시간 만큼 사표를 가슴속에 담고 다니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무기력해진다.
그럼 이러한 불분명한 시간들을 명확하게 만들고 자신감 회복을 통해 ‘명랑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그게 있다면 무슨 걱정인가.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다 걷어내고, 나하고 고객의 관계에만 집중 해보자. 그림으로 그려봐도 좋다. 두 사람간 선을 그어보자. 옆으로도 그어보자. 거기에 무엇이 보이는가?
편의와 특성을 제시하라
직장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짚어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 그의 말문을 열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되어야 한다. 이 책 앞부분에서는 고객을 설득시키기 위한 방법이 네 가지로 소개된다. 우선 내 처지가 아니라 고객의 상황에서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구매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누구인가. 당연히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바로 그런 방식으로 그들을 대하라. 고객의 입장에서 봐라. 고객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절대 잘못되지 않는다.” 이렇게 저자의 주장은 흔들림이 없다. 일의 순서가 있어야 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바로 결혼날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물건 사실 건지 안 사실 건지부터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이 순서를 먼저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급하게 움직이며 더 일을 망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섯 단계의 부장님 표정은 바로 여섯 단계의 설득과정이다.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고객에서 출발해 ‘오케이’를 하는 그 순간의 고객에게 이르는 방법인데, 이 가운데 고객에게 어떤 특성과 편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경쟁회사와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점이 빠졌다면 어떻게 타 회사의 제품을 쓰는 사람을 끌어올 수 있겠는가.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기존 시장점유율을 가져와야 한다. 아예 새로운 카테고를 만들기 전에는 말이다. 그렇다면 크게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올바른 질문을 하라, 고객이 온다
두 번째는 질문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말을 꺼내는 것이 어색하지만 ‘네’, ‘아니오’라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서는 안된다. 질문의 방법을 좀 더 연구해보고 상대방의 입을 통해 고민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가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의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설득의 달인은 잠재고객이 스스로 판단해 올바른 결론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을 잘 안다. 올바른 질문을 하면 된다. 고객의 생각을 일깨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
“질문을 사용해서 잠재고객의 고통을 발견하고, 우선순위를 가늠하고 또 증폭시켜라. 그가 당신의 질문에 답하다 보면 스스로 현쟁의 상황이 더 이상 놔두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시점에 그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비로소 고객에게 자신의 말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우선 만들 수 있다.
늘 불평불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간혹이라도 이런 삶을 살아본 경험이 있지는 않은가. 상대의 이런 행동과 언행으로 힘들지 않았는가. 늘 ‘아니오’라고만 말하는 부정적인 사람을 어떻게 ‘그래, 오케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의 고통을 이해하는 단계를 지나면서 그가 진정하는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아갈 수 있는가를 제시해주는 것이다. 그 혼자 하든, 같이 하는 일이라고 하든 상관없다. 같이 한다면 그 만큼 더 수월하다. 한 사람이라도 그 길의 방향을 알고 있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 즈음에 ‘고객’이 어느 정도 말을 듣는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의문시 하고 두려워하고 미심쩍어 하는 부분들을 명쾌하게 지워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확인하는 절차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가를 의심한다면 거기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계획과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본문이 여타의 책과 달리 짧지만 그렇다고 할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을 설득하고 그가 자신의 일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삶의 경험과 위치에 따라서 텍스트가 주는 힘의 정도를 다르게 받을 수는 있겠지만 느끼는 바 기존에 나온 책들의 복잡하고도 어려운 개념보다는 단순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내 주변의 정황들을 평가해보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기초’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고객의 불평과 의문에 대해서 적절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여건을 나는 갖고 있는가 물어볼 일이다. 그리고 갖추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그게 나한테 무슨 이득이 되지?”
“왜 당신이지?”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지?”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인가?”
이런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안서를 올리고 난 후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 지 묻는 상사, ’나에게 무슨 득이 되길래 이 제품을 사야하는지 묻는 고객의 의심에, 사업을 해보겠다고 돈을 달라면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건지 묻는 부모님의 의문에 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답이 없다면 그 답을 찾을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신의 일은 다 급하지만 상대의 일에는 관심은 없고 급하지도 않다. 그러한 세상에 고군분투 하는 당신, 당신의 일에 ‘고객’을 불러들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 일이다.
안돼! 부장님 설득의 비법
데이브 그레이
틔움